서론
희귀질환은 일반적으로 유병률이 낮은 질환으로 정의되지만 세계 각지에서 유병률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된 정의는 없다[
1]. 대한민국에서는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 희귀질환관리법 제2조에 따라 규정하며, 질병관리청장이 공고한 질환으로 정의한다[
2]. 전 세계적으로 6,000~8,000가지의 희귀질환이 보고되고 있는데, 약 80%는 유전자 이상과 관련되어 있다. 희귀질환의 50~75%는 소아기에 발병하여 만성적이고 점진적으로 신체를 쇠약하게 만들고, 질병 이환율과 사망률도 높다[
1].
희귀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직면하고 있는 치과적 문제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질환에 의해 구강악안면 영역의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 2) 치과치료를 어렵게 하는 전신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3) 일상적인 구강관리를 어렵게 하는 신체적, 정신적, 지적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는 구강 합병증이나 기능 부전의 위험성이 더 높다. 악안면 부위의 비정상적인 성장패턴으로 인해 부정교합의 유병률이 높으며, 선천적 치아 결손, 법랑질 저형성증, 구강 건조증과 같은 발생이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지적 장애, 학습 장애, 신체 장애가 있는 환자는 구강 위생을 유지하기 어려워 치아 우식증에 더 취약하며, 다발성 우식증의 유병률이 더 높다. 이는 유치의 조기상실로 인한 저작 기능 저하, 부정교합 발생, 치과 치료 비용의 증가 및 환자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3].
희귀질환을 진단받고 다양한 의과적 병력을 가진 환자라고 해서 특별히 적용해야 하는 치과치료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질환으로 인해 협조, 적응, 인내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치과라는 특수한 환경에 대해 불안과 공포감을 가지거나,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어린 환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한다[
4]. 따라서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가 영유아 및 소아청소년 시기를 거치면서 성장하는 동안 환자 스스로 또는 가정에서 구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과 내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본 논문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의 치과적 문제와 건강한 구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본론
1. 질환에 동반된 구강악안면 영역의 합병증 관리
치아 개수의 이상(선천결손 또는 과잉치), 발육이상(저형성 및 저광화), 맹출장애(맹출 시기 이상, 맹출 경로 이상, 매복) 및 부정교합과 같은 치과적 합병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된 질환(
Table 1)으로 진단받은 경우, 환자를 정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하게 하여 구강 검진과 방사선사진 검사를 시행하고, 치열교환기 동안 공간 관리 및 유치의 적기 발거를 통한 영구치의 맹출유도를 포함한 적극적인 개입을 고려한다. 유치열 및 혼합치열기에 치아우식증 예방을 위해 불소를 사용하고, 치아우식증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유치가 조기에 상실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5].
선천결손이거나 우식증으로 치아를 상실한 경우 보철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성장기 환자의 경우 즉각적인 개입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전문과 간 협진을 통해 종합적인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천성 이상(congenital abnormality)은 출생시에 나타나는 형태적, 기능적 이상으로 구강악안면 영역의 이상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50% 이상이 유전과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6]. 개방교합, 반대교합, 높은 구개궁 등을 동반하는 부정교합은 안면부 근기능 저하를 동반하며, 구강기능의 저하는 영양섭취의 어려움을 초래하여 신체 성장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2022년 개정된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2-252호]에서 ‘선천성 악안면 기형의 치과교정 및 악정형 치료’의 급여대상이 ‘희귀질환 산정특례대상자 중 「한국표준질병 · 사인분류」의 대분류인 ‘선천기형, 변형 및 염색체 이상(Q00-Q99)’에 해당하는 선천성 악안면 기형 환자 ‘전체’로 확대됨에 따라 보다 많은 환자가 적은 비용으로 교정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7].
단, 희귀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구강악안면부의 선천적 형태이상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가 가진 장애 유형과 치과치료에 대한 협조도를 고려하여 치료의 범위와 한계를 결정해야 한다[
8]. 성장 중인 소아청소년기 환자의 경우 교정치료를 통해 구조적 부조화를 개선하는 동시에 저작 및 연하 재활을 포함한 근기능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 결과 유지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 및 성장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보호자 교육 시 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2. 치과 치료를 어렵게 하는 전신 합병증에 대한 대처
균혈증(Bacteremia)이란 혈액 내에 세균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혈액은 무균 상태이지만 치과 치료나 치과 수술 시 일시적인 균혈증이 발생하여 세균이 혈액 내로 유입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숙주의 면역체계를 통해 수분에서 1시간 이내에 혈액 내 세균이 제거되지만, 선천적으로 심장의 결함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
Table 2)의 경우 균혈증으로 인한 전신 염증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치과 치료 시 주의가 필요하다[
9]. 특히 다음과 같이 균혈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감염성 심내막염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
・ 백혈구 수가 <3.500 u/mm3 혹은 혈청 면역글로불린 수치가 <2 g/L 인 면역저하환자
・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y (ASA) 3, 4, 5인 환자
・ 악골에 고용량의 방사선치료를 진행하였거나, aminobisphosphonates/denosumab 복용력이 있는 환자
・부작용 위험이 높은 인공관절 환자
・장시간 및 광범위한 수술을 받는 환자
・감염부위에 수술을 진행하는 환자
・구조물이나 생체재료를 삽입하려는 환자
예방적 항생제는 치은 조직이나 치근단부위를 조작하는 술식, 구강 점막을 관통하는 시술을 할 때 술식을 시작하기 30~60분 전에 용법에 따라 1회 복용한다(
Table 3). 감염되지 않은 조직 내로의 마취 주사, 치과 방사선 사진 촬영, 가철식 보철물 또는 교정장치의 장착 및 조정, 교정용 브라켓의 부착, 유치의 자연탈락, 입술이나 구강점막의 외상으로 인한 출혈에 대해서는 예방적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9-
11].
절대호중구수(absolute neutrophil count; ANC)는 감염에 대한 환자의 저항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며 다음의 방법으로 계산한다.
ANC가 1500 이상이면 정상이며, 500~1000에 해당하면 감염의 위험도가 다소 높은 상태로 균혈증 발생 위험이 있는 술식은 연기하는 것이 권장된다. ANC가 200~500인 경우는 중등도의 패혈증 발생 위험도를 나타내므로 입원 후 광범위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며, 모든 치과치료는 연기해야한다. ANC가 200 이하인 경우 패혈증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평가된다[
6].
치과 치료 중 출혈 위험성이 높은 환자는 출혈성 질환을 가진 환자와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환자로 나눌 수 있다. 출혈성 질환은 혈액, 혈관, 간 등에 발생하는 전신 질환과 연관되며, 항혈전제는 혈전의 생성을 줄이는 약물로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혈전 용해제를 통칭한다. 환자의 의과병력에 따라 뇌혈관질환, 심장수술 병력이 있는 경우 항혈전제 복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치과치료 술식에 따른 출혈 위험도(
Table 4)를 평가한 후 주치의와 협진하여 약물 복용을 유지할지, 일시적으로 중단할지 또는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여 술 후 출혈 합병증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3. 일반적인 구강관리를 어렵게 하는 지적, 신체적, 정신적 기능저하(장애)를 가진 환자의 구강관리
질환에 동반된 직접적인 구강 내 합병증이 없는 경우라도, 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다양한 수준의 발달지연 또는 신체 기능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과 자가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구강 위생이 불량해지고, 치아우식 및 치주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치과 진료에의 적응력은 발달 정도와 높은 관련성을 가지므로, 지능발달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 연령이 4세 이상인 경우, 훈련을 통해 치과 치료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3~4세는 경계영역으로, 적응훈련을 시행하되, 환자의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다. 경우에 따라 진정법 또는 전신마취 등을 통해 치과치료를 진행해야 할 수 있으며, 3세 이하의 발달 단계에서는 치과치료에의 적응 가능성이 낮으므로 치료의 긴급도를 고려하여 깊은 진정 및 전신마취 등 특수한 행동유도법을 고려해야 한다[
4].
지적, 정신적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치과 치료에의 적응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예방적 처치가 비장애인보다 더 중요하다. 행동 유도의 기본은 Tell-show-do를 따르는 것이다. 쉬운 말을 반복하여 설명하고, 행위의 내용보다는 동작을 가르치는 시범 교육이 효과적이며, 설명은 단순하고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매 단계마다 보상을 통해 긍정적 행동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집중력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치료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병원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하게 하고, 처음 몇 차례의 내원 동안에는 환자의 부모나 보호자가 진료실 내에서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등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치료의 편의를 위해 약물이나 전신마취를 통한 방법으로만 행동을 조절하려 할 경우, 예방 처치나 간단한 수복 치료도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칫솔질에서부터 일반적인 진료과정까지 적응훈련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12].
Dental home은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구강 건강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치료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예방, 교육, 그리고 전반적인 구강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통합적인 구강 건강 관리 모델이다. 치아 우식증 및 치주 질환을 치료하여 위생관리가 가능한 구강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내원을 통해 치과 환경에 적응하도록 해야한다.
전문가 불소도포를 포함한 적극적인 예방처치를 시행하는 동시에, 환자 스스로 구강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정이나 기관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올바른 위생관리 방법을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결론
희귀질환 환자의 치과치료 계획을 수립할 때는 구강검사 뿐만 아니라 환자의 신체 성장, 발달 단계 및 의과적 병력을 포함한 전신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질환 자체로 인해 구강안면부 합병증이 유발되는 경우, 치과의사의 질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치과치료를 위해서는 주치의와의 협진이 필수적이며, 치과 치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및 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술 전 처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상적인 구강 관리를 제한하는 지적 능력 저하 및 신체 기능 저하와 같은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 보호자와 주 양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적극적인 dental home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과치료 자체에 대한 협조도가 낮은 경우 전신마취하 치과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간단한 검진이나 예방적 처치를 위한 치과 적응 훈련을 통해 지속적인 구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가 성장하면서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환자와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