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연구가 치의과학자 양성 연구에 주는 시사점
Implications of physician-scientist training programs and research for the development of dentist-scientist training progr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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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e rapid advancement of dental science in South Korea, often referred to as “K-Dentistry,” highlights the growing importance of research-driven dental education and workforce development. Despite the increasing demand for dental healthcare services due to aging populations, the domestic training system for dentist-scientists remains insufficient compared to its medical counterpart. Physician-scientist training programs, particularly the MD-PhD model, have successfully integrated clinical practice with biomedical research, providing a valuable framework for developing dentist-scientist training programs (DDS-PhD). However, previous efforts to establish DDS-PhD programs in South Korea have faced significant challenges, including high tuition costs, a lack of institutional support, and the tendency of graduates to enter private practice rather than research. This article reviews domestic and international physician-scientist training programs and research trends to propose a structured framework for training dentist-scientists. By benchmarking successful MD-PhD and DDS-PhD models from leading countries, we aim to identify key strategies for fostering interdisciplinary research, strengthening financial and institutional support, and enhancing collaboration between universities, hospitals, and industry. Additionally, this study examines the role of the recently established National Institute of Dental Research in facilitating policy development and innovation in dental science. The findings of this research provide actionable insights for policymakers and educators to establish a sustainable training system for dentist-scientists, ensuring the integration of clinical expertise with research innovation to advance global oral healthcare and treatment solutions.
서론
최근 대한민국의 치의과학 분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K-Dentistry’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치과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 뿐만 아니라, 치과 의료기기 생산과 수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치과의료기기 생산 규모는 약 3조 4,930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은 14.9%에 달한다. 수출 규모 역시 9억 달러에 이르며, 연평균 성장률 19.4%를 기록하여 의료기기 산업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1].
그러나 치의학 연구 및 인력 양성 체계는 이러한 산업적 성장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치과질환은 고령화 시대에 기능장애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예방, 진단, 치료, 재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또한, 치과질환과 전신질환 간의 연관성이 지속적으로 밝혀지면서, 치의학 연구는 단순히 구강 건강을 넘어 전신 건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연구 중심 치과의사, 즉 ‘치의과학자(Dental Scientist)’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 및 지원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 치의학 연구 및 교육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2005년 도입된 치의학전문대학원 학제는 연구 중심의 치의학 교육을 강화하고, 기초 연구와 임상 실습을 병행할 수 있는 다학제적 역량을 갖춘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높은 학비 부담, 졸업생의 개원가 쏠림 현상, 체계적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한계를 드러냈으며, 현재 대부분의 치과대학이 학부 체제로 회귀하면서 연구 중심 치의과학자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의학전문대학원 학제에서 운영된 DDS-PhD 과정은 기초 치의학(예: 구강생물학, 치과 재료학)과 응용 연구(예: 디지털 치의학, 인공지능 기반 치과 진단)를 융합하여 학생들에게 연구와 임상을 병행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치과 치료 기술의 혁신적 개발과 치과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졸업생들의 개원가 유입 경향과 국가적 지원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현재 국내 치의학 연구 환경은 연구 중심 치과대학 부재, 체계적 인력 양성 지원 체계 부족, 병원·대학·기업 간 협력 체계 미흡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연구 중심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 또한 명확하지 않아, 연구와 임상을 아우를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4].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 중 하나로 2023년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법안이 통과되면서, 치의학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화를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치의학 기술 연구, 기술 표준화, 연구개발 성과의 보급 및 확산,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하는 정책적 지원을 명시하고 있어, 연구 중심 치과의사의 양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연구 지원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1980년대부터 연구 중심 대학원 과정과 기초의학-임상의학 융합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에는 정부 주도의 바이오메디컬 연구 강화 정책과 함께 MD-PhD 통합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주요 의과대학에서는 학비 면제, 연구비 지원, 실험실 자원 제공 등을 통해 기초 연구와 임상 실습을 통합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BK21 및 보건의료 R&D와 같은 대규모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첨단 기술과 융합된 다학제적 교육을 강화해왔다. 이와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며 의료 혁신을 이끄는 전문 인재가 배출되었으며, 국내외적으로 성공적인 사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본 연구는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과 교육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출발하였다. 최근 치의학 분야는 고령화 사회 진입과 디지털 및 바이오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연구와 임상을 아우를 수 있는 치의과학자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DDS-PhD 프로그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이 연구보다는 개원가로 유입되는 경향이 강하며, 연구 중심 치과의사 배출을 위한 근본적인 교육 및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해외 선진국의 MD-PhD 및 DDS-PhD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국내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과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 및 연구 지원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 중심 치과의사의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연구의 성공적인 사례를 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치의학교육학에서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안할 것이다.
본론
1. 국내외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1) 의사과학자의 정의
Schwartz는 ‘Physician-Scientist’라는 용어를 통해 의사과학자를 의학과 과학의 중개자로 정의하였으며, Morel과 Ross는 의사과학자를 생물학 등 기초과학 박사학위를 보유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로 설명하였다[5,6]. Davila는 기초과학과 임상을 연계하며 인간 질병 치료에서 창의적 도전을 수행하는 자로 정의하였으며[7], 전용성 외는 MD 이면서 기초의학 전공 지식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을 MD 기초의학자라고 하며, 1) 기초전공의 : 의사면허 취득 후 기초의학을 전공하여 조교 및 강사직으로 근무, 2) 의사과학자 :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뒤 군복무 대신 기초의학 교실에서 박사학위를 과정을 수행, 3) MD-PhD : 의학전문대학원생이 대상이며 MD와 phD 학위를 동시에 또는 연계하여 취득하는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8]. 그러나 현재 국내 기초의학 연구는 주로 비의사 출신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의과대학의 기초연구가 의사면허를 보유한 연구자보다는 비의료인이면서 의학 관련 석박사학위를 가진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초와 임상을 연결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태우와 허동혁은 MD-PhD라는 명칭이 미국에서 유래하여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나, MD는 면허 또는 허가증의 성격을 가지며, PhD는 학술적 가치를 지닌 학위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없다고 지적하였다[9]. 따라서, 단순히 '의사과학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신,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특별한 위치를 강조하는 명칭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의사과학자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또한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본래 목적은 연구 성과를 임상에 신속히 적용하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임상의사와 연구자 간의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 국외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현황
미국의 경우는 1940-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의학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 진료를 연결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1964년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이 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MSTP)를 설립하고 MD-PhD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을 시작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비 면제 및 생활비를 지원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후 주요 의과대학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MD-PhD 통합 교육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기초 연구와 임상 실습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였다.
1990년대에는 의학, 생명과학, 공학 등의 분야를 통합하는 다학제적 프로그램이 등장하였고 대표적인 것이 하버드-MIT 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HST) 프로그램이다[10]. HST 프로그램은 하버드 의대에서 MD를, MIT 또는 하버드에서 의공학 및 의물리학 분야의 PhD를 취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매년 약 30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또한, NIH는 2010년대 이후로 전세계 연구자 및 의료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등 첨단 기술의 연구 활성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소외된 집단이나 여성 과학자 등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정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58개 이상의 대학에서 NIH의 지원을 받아 MD-PhD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600명의 학생들이 MD-PhD 과정을 졸업하여 의학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현대 의학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NIH는 특정 의학 연구 분야의 전문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T32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관 연구 훈련 지원금(Institutional Research Training Grant)으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이 NIH에 지원하여 획득한 후, 해당 기관에서 연구자를 선발하여 훈련하는 구조로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병행하는 교육을 지원하며, 박사과정 학생 및 박사후 연구원(Postdoctoral Fellow)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특정 연구 주제에 대한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 연구 중심 훈련을 제공하며 연구자의 급여 및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스홉킨스 대학의 T32 프로그램은 암연구, 신경과학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며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T32 프로그램은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연구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과 다른 역사적, 사회적, 학문적 배경을 기반으로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발전하였다. 미국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반면 유럽은 연구 중심의 임상의 및 학문적 리더를 양성을 목표로 한다. 19세기 후반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기초과학과 임상 의학을 선도하고 있었으며 학문적 자유와 연구 중심 교육을 중시하는 현대 대학 모델의 기틀을 수립하였다. 의과대학은 기초의학 연구와 임상 교육을 분리된 형태로 운영하며, 임상가와 과학자의 협업을 강조하였다. 20세기 후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영국과 독일에서 연구 중심의 의료교육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유럽 내 연구재단들은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를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으며,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Wellcome trust와 독일의 DFG (독일연구재단)이다. 미국의 MD-PhD 모델에 영향을 받아 유럽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통합 학위 프로그램이 도입되었으며 1980년대 영국 Wellcome trust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clinical PhD fellowship을 설립하였고, 독일의 DFG에서 research training group 프로그램을 통해 MD-PhD 과정을 지원하였다[11,12].
유럽의 MD-PhD 프로그램은 의학과 생명과학뿐만 아니라 공학, 정보학, 물리학 등과 융합된 형태로 발전하였다. 일례로 캠브리지의 Wellcome trust clinical phD 프로그램은 생명과학과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 연합 차원의 연구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Horizon 2020과 같은 대규모 연구 프레임워크를 통해 의과학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제적 연구 협력과 학생 교류 프로그램 (Erasmus Mundus)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Excellence Initiative 프로그램을 2005년 설립하고 연구중심 대학을 지원하며 특정 대학에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연구 환경과 재정을 제공하고 있다.
20세기 초기 서구식 의료 및 과학 교육을 도입한 아시아에서 초반 의학교육은 임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기초과학은 별도의 학문으로 구분하여 의학과 과학의 융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중국은 과학기술과 의료의 발전을 국가 우선 과제로 선정하였으며 일본은 미국의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은 의과학 융합을 시작하였으며, 문부과학성(MEXT)를 중심으로 기초과학과 임상 교육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13].
일본학술진흥회 (JSPS)에서 의과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을 확대하였고, 도쿄의과치과대학은 기초의학과 임상 치의학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연구과 임상 실습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글로벌 의료 전문가 양성을 위하여 영어로 진행하는 의학강의와 해외 유학 등을 지원하고 있다[14]. 일본의 MD-PhD 프로그램은 국제적 협력 및 해외 유학의 기회를 확대하여 의과학 연구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배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의학과 생명과학의 융합을 목표로 한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하였으며 1990년대에 의학과 과학 연구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MD-PhD 와 유사한 트랙을 도입하였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국제협력을 통해 연구 환경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National Natural Science Foundation of China;NSFC)는 가장 큰 연구비 지원 기관으로 의학, 생명공학, 공학 등 다학제적인 연구를 장려하고 있으며 박사과정 학생, 젊은 연구자, 중견 연구자에 대한 단계별 지원을 하고 있다[15].
중국 과학원은 해외연구자와의 협력을 위한 지원이 특징적이며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연구, 인공지능 의료 등 첨단기술의 연구를 지원하며 박사후 연구원 및 신진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Double First-Class Initiative를 통해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세계적 연구 환경 조성을 목표로 연구 중심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학비 면제 및 생활비와 연구비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 의학과학원은 임상 중심의 의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혁신 연구센터를 지원하고, 의학과 생명과학 융합 프로그램으로 MD-PhD 프로그램에 준하는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장학금, 연구비,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3) 국내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현황
대한민국의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비교적 최근에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의학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연구와 임상을 병행할 있는 전문인재를 육성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MD-PhD 프로그램 모델을 참고하면서도 국내의료 및 과학기술 환경에 적합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1960년-8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의료교육은 임상 진료 능력을 갖춘 의사 양성에 초점을 두고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 교육이 분리되어 운영되어 왔으며 기초과학 연구는 주로 자연과학 전공자나 연구 중심 대학에서 수행되었다. 1980년대 대한민국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국가적 전략 수립 시 의학분야에서도 연구 중심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연구 중심의 대학원 과정이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의 융합이 의료기술 혁신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기초의학 연구지원을 확대하고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기초의학과 임상 연구를 통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초반 정부 주도 바이오메디컬 연구 강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MD-PhD 통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하였고 정부 주도의 연구지원이 확대되었으며, 201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필요한 연구비와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하였으며 연구비는 주로 한국 연구재단과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였다[16].
주요 의과대학에서 MD-PhD 프로그램이 체계화되면서 기초의학 연구와 임상 실습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였다. 커리큘럼은 대개 초기에는 기초의학 및 임상 기초과목 수업을 이수하고 중기에 PhD 과정 연구와 논문을 작성한다. 이후 후반 단계에서 임상 실습에 참여하고 졸업 후 전문의 수련 과정에 추가 진학하기도 한다. 커리큘럼 외에도 학비 면제 및 생활비 지원, 연구비와 실험실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BK21 (두뇌한국 21) 사업은 대학원생 및 신진연구자를 양성하는 의과학자 양성 사업으로 학비 면제 및 연구 장려금 제공, 의학과 생명과학 융합 연구 지원, 국제 공동 연구 및 학술대회 참가 등을 지원하였다[17]. 2020년대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도로 의사과학자 양성 연구사업이 수행되어, 의과대학 재학생, 박사과정 연구자, 포스트닥 연구원, 연구전담 의사들에게 연구비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18]. 현재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에서 MD-PhD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학, 생명과학, 공학 등 다학제적 융합연구를 통해 의료 혁신을 도모하고 있고 국내대학과 해외대학 (미국 하버드대, MIT)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해외 유학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다[19]. 그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보건의료 R&D 지원사업이 진행되어 국가 주도 감염병 연구, 희귀질환 치료 연구 등 의제 중심 프로젝트 위주의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국내 의과학자 양성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면, 1) 체계적인 MD-PhD 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 연구와 임상 진료를 병행하는 체계적 교육과정을 이수한 다학제적 사고를 지닌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었으며, 2)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지원으로 체계적으로 의과학자 양성을 지원하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및 한국연구재단을 통한 연구비와 장학금 지원, BK 21 및 보건의료 R&D 프로젝트 등 국가 차원의 지속적 투자, 국가 전략 과제 (정밀의학, 유전자 치료 등)와 연계하여 연구를 지원하였다. 3) 또한, 유전자 편집, 정밀의학, 인공지능 의료 등 혁신적인 기술을 연구와 교육에 포함하여 첨단 기술과 융합을 꾀하였고, 4) 미국, 유럽 등 해외 대학 및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 및 교류 프로그램, 해외 유학 및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등 국제화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는 5) 박사과정 학생부터 신진 연구자, 포스트닥 연구자까지 다양한 연구 경력에 따른 맞춤형 지원 유형이 있는 부분이며, 대학병원과 연계하여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실질적인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20]. (Fig. 1)
그러나, MD-PhD 프로그램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가 제기되기도 한다. MD-PhD 프로그램의 지원 및 운영이 수도권 일부 대학에 집중되어 있으며 긴 교육 기간으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 물질적 부담이 큰 편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는 연구 자원이 질적, 양적으로 부족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필요성과 기초 과학 연구 간의 간극 및 불균형으로 인해 융합적 접근이 어렵다. 먼저 의과학자 양성에 뛰어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의과학자들의 연구의 질이나 국제적 논문 출판, 특허 등록 등은 좀 더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또한 의사과학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인 이해와 인정은 아직 부족한 편이고 일반의사 경력 과정에 비해 의사과학자는 경력 개발이나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MD-PhD 프로그램 등에 유입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2.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관련 선행연구 분석
그동안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에 관한 논의는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 이는 의사과학자가 의생명과학 분야의 핵심 전문가이면서, 특히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기초의학의 성과를 임상의학에 적용하는 중개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20].COVID-19 팬데믹과 같이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는 일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상황이 되면서,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은 더 증대되었다. 또한,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가치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22]. 미국에서 최근 15년간 14명의 의사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사실은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다[23]. 이제는 국내 의료계와 정부 모두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24].
하지만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는 아직 안정적으로 확립되지 않았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이해관계자 간의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치의학계는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 구축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보다 효과적인 치의과학자 양성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까지의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의 문제점
교육대상을 중심으로 의학 교육과정을 구분하면,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시기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바로 연구 경험이다[24,25]. 즉,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 모두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탐색하려면 특정 시기 또는 모든 시기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 경험은 연구자로서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사과학자 진로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경험이 단지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에만 의미 있는 과정이 아니다. 연구를 경험함으로써 향상되는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는 의사에게도 필요한 역량이라는 점에서 연구 중심의 교육과정은 앞으로 관심을 두고 발전시켜야 할 영역이다. 현재 국내 의학교육 현장에서 의과대학 학생이 연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연구 경험을 쌓고 있거나 연구 중심의 교과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공의 역시 과중한 진료 업무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하여 수련받기 어려운 실정이다[8].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하는 국내 의과대학 학생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초의학 진로를 추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교수와 학생 모두 '경제적 이유'를 언급했다[26]. 상대적인 경제적 박탈감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학 분야를 전공한다고 해도 교수 또는 연구원 임용 등 안정적 진로가 보장되지 않으므로, 의사과학자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불안정한 현실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지속적인 도전과 성취를 이루어 내는 과정인 것이다. 실제로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 중 기초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비율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미국(약 4%)이나 일본(약 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20].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사로서 가져야 하는 사회적 사명감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직업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임상의학 분야의 의사에 비해 의사과학자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고 직업 선택의 다양성도 제한적이다.
의사과학자의 유형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의학 연구에 집중하는 기초의사과학자와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연구에 집중하는 임상의사과학자로 구분할 수 있다. 두 유형의 의사과학자 모두 독립 연구자로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데, 특히 독립 연구자로 안착하는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초의사과학자는 연구비 지원 시 자연과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특성상 논문 실적에서 우위에 있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비 마련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임상의사과학자도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진료를 우선하는 병원 환경에서 연구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한 의사들이 열악한 연구 환경에 지속적으로 놓이게 되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임상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100명 중에서 의사과학자로 남는 경우가 10% 정도라는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현실이다[20].
2)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의 개선 방안
적정한 수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22,23,25]. 미국에서는 매년 5천 명 이상의 의과대학 학생이 MD-PhD 과정에 지원하여 경쟁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MD-PhD 과정에 참여하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받고,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혜택이 주어지며, 연구비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25].
의사과학자가 된 후에 겪는 어려움도 정책적인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초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과학자 모두 독립 연구자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연구 분야에 상관없이 공통된 부분도 있으며, 연구 분야마다 특이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 따라서 공통적인 지원 방안 뿐만 아니라 각 유형의 의사과학자에게 적합한 세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두 유형의 의사과학자가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 제안서 및 논문 작성, 진로 설계 등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20]. 기초의사과학자에게는 MD-PhD 과정에 대한 교육비 지원과 함께 기초의학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초기 연구비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의사과학자의 연구 논문이 자연과학 분야와 비교하여 불리하게 평가받지 않도록 별도의 평가 기준을 적용해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상의사과학자를 위한 지원 방안으로는 연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병원 내 진료와 연구 간의 균형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원 차원에서 임상의사과학자에게 연구 전담 시간을 제공하거나, 이들이 연구에 집중하는 것을 돕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체계는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더 나아가 교수 시기를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전체 교육과정에서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고, 이들이 어느 시기에 의사과학자의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 시기에 적합한 지원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27].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의과대학과 병원 간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며, 학계, 연구계, 산업계를 통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단일 기관의 설립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만이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22,28].
3. 치의과학자 양성 정책 수립에 의과학자 양성 정책 및 연구가 주는 시사점
1) 치의과학자 양성에 대한 인식 및 필요성, 수요 조사 연구
치의학 분야 또한 치의과학자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계적인 치의과학자에 대한 정의를 넘어 연구와 임상을 연결하며 치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개념으로 확대하고, 그 역할을 분명히 재정의해야한다.
치의과학자 양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인식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수요조사가 필수적이다. 먼저, 치과대학 교수, 치의과학 연구자, 치과의사, 학생을 대상으로 치의과학자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인식 수준을 조사하고, 치의과학자 양성이 치의학 분야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치의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치과대학 학생, DDS-PhD 과정 참여자, 박사 후 연구원을 대상으로 치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 동기와 진입 장벽을 조사해야 한다. 연구와 임상을 병행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시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학금, 연구비, 멘토링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평가되어야 한다. 산업계에서도 치과 의료기기 및 재료 기업, 디지털 치의학 관련 기업, 바이오 치의학 기업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분야의 인재 요구를 분석하는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치의학(CAD/CAM),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재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소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치과의사 생애 단계에 따라 치의학 연구에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가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주로 신진 연구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일정 수준의 임상 경험을 보유한 중견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확대와 융복합 교육과정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예를들어, 신진 의료인력에게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유지하며 연구와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체계가 요구되는 반면, 중견 의사에게는 본인의 임상 경험과 연계된 융합형 학위과정 및 특화 교육을 제공하여 연구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9). 이러한 지원책은 치과의사 개인의 자기계발뿐 아니라 치의학 연구의 질적 향상과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수요조사를 통해 생애 단계별 동기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지원 정책과 교육 모델을 설계함으로써 치의학 연구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2) 치의학교육과정에서의 연구 역량 파악 및 융합형 교육과정 설계 연구
연구는 본질적으로 자발적인 동기와 흥미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일부 의과학자 양성과정에서는 연구중심 과정을 의무화하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임상 진출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는 연구와 임상의 연계와 조화보다는 제약적인 접근으로 비판받고 있다[25]. 연구에 대한 내재적 동기 유발은 치의학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연구 방법론이나 통계 수업을 넘어 다양한 교과목에서 연구와 임상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여, 학생들이 과학적 사고와 임상적 적용 능력을 동시에 갖추게 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동료 및 교수와 협력하여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연구 실습”과정이나 기존 연구 논문을 선택해 주제 선정, 연구방법, 결과 해석과 적용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과학적 사고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과학자-임상가 모델을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 실무 분야에서 사용되는 "임상적 과학자(local clinical scientist)”모델처럼, 치과의사도 연구실의 과학자와 같은 태도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훈련해야 한다[29,30].이를 위해 교수들이 과학자-임상가의 역할 모델을 보여주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과학적 태도와 지적 호기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치의학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연구와 임상의 융합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치의학 연구와 임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치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 융합형 교육과정 설계 연구가 필수적이다.
3) 해외 치의학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및 정책 연구
우리나라의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해외 치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해외 치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연구와 임상을 융합하여 치의과학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NIH가 지원하는 DDS-PhD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며, 기초과학 연구와 임상 실습을 통합한 커리큘럼을 통해 연구 중심의 치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하버드와 MIT에서는 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 (HST)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치의학,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다학제적 교육을 제공하며, 학비 면제와 연구비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Wellcome Trust Clinical PhD Programme과 독일의 DFG Research Training Group이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통합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빅데이터 분석 및 첨단 기술 연구를 강조한다. 일본의 도쿄의과치과대학(TMDU)은 DDS-PhD 과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자를 배출하며,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비와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4) 국내 치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및 정책
국내에서도 2007년 MD-PhD 과정 도입 시 DDS-PhD 치의과학자 양성 과정을 함께 도입하였다.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부산대, 연세대, 서울대 등에서 DDS-PhD 과정을 신설하여 학생을 모집하였다. 해당 과정에 선발된 학생은 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BK 21 사업 또는 자체 자금 조달을 통해 학비 및 장학금, 생활비, 연구비 등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국내 치과대학, 치의학대학원의 BK 21 연구비 지원이 축소되면서 자체적인 재원을 통해 DDS-PhD 과정을 지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여 각 대학에서는 DDS-PhD 과정을 지원한 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축소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DDS-PhD 과정에 참여한 학생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DDS-PhD 과정이 효과적으로 치의과학자 양성을 하는데 이바지하였는지 양적, 질적 성과를 검토하고 체계적인 치의과학자 양성에 필요한 단계별 접근 및 프로그램 평가가 필요하다.
5) 정부 및 정책적 수요 조사 및 정책 제안 연구
현재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서 다부처 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나, 부처 간 협력 체계의 미비와 형식적인 협업, 명확한 중장기적 목표 설정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9]. 의과학자 양성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치의과학자 양성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의 정책과 관련 법률을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통합적 정책 제안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치의과학자 양성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치과 관련 협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적 수요를 분석해야 한다. 연구비 지원, 장학금, 인프라 구축 등 실질적인 지원 정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치의과학자가 기초 연구와 임상을 연결하며 고난도의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차별화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기에 이러한 연구는 필수적이다[25]. 결론적으로,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존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한계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합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치의과학자 양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 인프라와 인재 양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가 될 것이다.
6) 다학제적 접근과 글로벌 협력 연구
치의학 분야에서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다학제적 접근과 글로벌 협력 모형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치의과학 연구는 단순히 임상과 기초 과학의 연결을 넘어, 다양한 학문과 산업, 국제적 협력의 융합을 통해 혁신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MD-PhD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연구는 치의과학자 양성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치과대학 및 연구기관, 글로벌 치과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와 학술 교류 수요 조사는 필수적이다. AI와 빅데이터 활용, 디지털 치의학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연수 프로그램과 국제 협력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치의과학자 양성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강태우와 허동혁이 언급한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모형은 중앙정부, 대학(연구기관), 산업계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 및 국가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9]. 이 모형은 다학제적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치의학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학제적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가 협력하여 첨단 기술을 치의학 연구와 교육에 효과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정부는 예산과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대학은 기초 연구와 임상 실습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산업계는 기술 응용 및 상용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이러한 모형들을 설계한다면, 치의학 연구와 임상, 기술 상용화를 연결하는 혁신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치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과 글로벌 협력 모형에 대한 연구는 국내 치의과학 연구와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이다. 이를 통해 AI, 빅데이터, 디지털 치의학과 같은 첨단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국내 치의학 분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치의과학자 양성은 단순히 연구 인력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치의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와 임상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융합형 교육과정의 설계, 생애 주기별 맞춤형 지원, 정부·대학·산업계 간 협력 체계 구축,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정책 벤치마킹과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과학적 사고와 임상적 감각을 겸비한 치의과학자는 디지털 치의학, 인공지능, 정밀의학 등 미래 기술을 선도할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양성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ne